스트레스 사회, 불교는 왜 MZ세대에게 ‘힐링’이 되었을까?
부처님 오신 날이 지나갔습니다.
공식 명칭은 석가탄신일에서 2018년부터 부처님 오신 날로 바뀌었죠.
이 명칭의 변화 속엔 불교계가 바라는 대중성과 정체성 회복이 담겨 있습니다.
“샤카족의 탄신일”이라는 외래어적 표기보다는,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날”이라는 직관적 표현이 더 와닿는다는 거죠.
그런데 요즘, 이 ‘부처님 오신 날’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가 꽤 달라졌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무교인 절반이 찾은 불교 박람회
최근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다녀간 방문객 중 무려 73%가 20·30대였고,
절반은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박람회에 써 붙은 문구가 참 인상적이었죠.
“불교에 가까운 무교, 우리는 강요하지 않아.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날 거야.”
강요하지 않고, 위로하고, 힐링을 주는 불교.
요즘 불교는 종교라기보다 ‘삶의 방식’, 혹은 마음의 멘토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불교 신자 중 신의 존재를 믿는 비율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조사도 있었는데,
이 점이 한국 불교의 독특한 특징을 보여주죠.
불교, 종교를 넘어 마음 수련의 언어가 되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불교에 대한 국민 호감도는 51%로 가장 높고,
그 이미지는 "자비", "마음", "절"로 대표됩니다.
기독교가 "믿음", "사랑", "하나님" 등 종교적 표현이 많은 반면, 불교는 "마음" 중심의 언어로 인식됩니다.
그래서일까요? 2030세대와 비종교인들 사이에서 불교의 호감도가 급상승 중입니다.
신자가 아니어도, 마음이 힘들 때 절에 들러 위로받고,
불교 도서를 읽으며 자신을 다스리는 시대가 된 것이죠.
“극락도 락이다” — 뉴진스님과 밈 불교
‘뉴진스님’, ‘극락도 락이다’, ‘중생아 사랑해’ 등 밈처럼 소비되는 불교의 언어들도 MZ세대에게 친근함을 더합니다.
심지어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른 『초역 부처의 말』은 장원영 씨가 추천해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스트레스 1위 국가, 한국
이 모든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배경은 한국 사회의 스트레스 지수입니다.
OECD 국가 중 스트레스 지수 1위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
2024년 기준 8점대를 기록하며 미국, 벨기에 등을 크게 앞섰습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30대가 가장 우울하고,
국민 절반은 “장기적인 울분 상태”라고 응답했으며,
무려 85%가 정치·사법·행정에 울분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힐링은 불교에서, 또는 AI에게서
종교가 내 삶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치유해주는 존재로 다가오는 시대. 그래서일까요,
요즘 사람들은 AI에게조차 위로를 구합니다.
AI 상담사는 "네 잘못이 아니야", "처음엔 다 부족했어"라며 따뜻한 말을 건넵니다.
AI 오은영, AI 스님, AI 목사님이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 시대.
결국, 우리는 부처님을 믿지 않아도, 부처님의 말은 위로가 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결론
우리는 점점 종교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종교의 언어로 위로받는 삶은 더 가까워졌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고통이 너를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네가 고통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이 말 한마디가 삶을 가볍게 해주는 시대. 지금 우리는 불교에 가까운 무교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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